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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을 위한 0

글을 쓰기 위한 글을 썼던 것 같다. 때론 사랑하기 위한 사랑을 했던 것 같다. 바람 휙 불면 사라지는 무의미한 말들. 애초에 사랑한 적 없던 사랑들. 꽤 오래 그런 식으로 살아온 것 같다. 부끄러운 것 같다.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다시 그렇게 살고있는 나를 보는 것이 또 부끄러운 것 같다. 사는 게 생각보다 쉽다가도, 어렵다고 생각되니 한없이 어렵다. 잘 살자니 힘이 들고, 못 살자니 힘이 든다. 요즘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초심을 잃으니 중심을 잃는다. 선한 목적, 영향력, 의미, 대의, 가치. 내 전부라 생각한 모든 것이 이젠 내게 없다. 첫 시작은 그럴 듯 하게 달려왔는데 목적지의 플래그를 잃고보니 달리기 위해 달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write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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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일 때. 어쩌면 내 얼굴이 낯설어질 만큼 당신이 바라보는 나의 모든 것이 뒷모습이었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아름답던 당신의 이름이 내가 힘들 때만 불리는 하찮은 소리에 불과해질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왜 내게 언제나 답했나요. 한참 잊고 있던 당신의 존재가 내 필요에 의해서만 밝게 비춰질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왜 나를 반겨주었나요. 기울어진 저울처럼 당신의 사랑과 나의 관심이 너무나 불공평하게 느껴졌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왜 나를 여전히 사랑했나요. 이런 왜 나를 기다렸나요. 왜 나를 보며 웃었나요. 당신이 한 때 느끼던 우리라는 감각이 생소한 지금. 왜 당신은 계속 그 곳에 있었나요. 왜 내가 당신을 떠나던 그 곳에 여전히 서있었나요. 왜 이제 내가 당신을 찾..

write 2024.08.21

여름을 핑계삼아 우리에게 쓰는 시

아침 찬 기운에 손 끝이 빨개지던 겨울의 모습은 언제 감추었나 언제 하얀 눈이 대지를 적시는 비가 되었나 청보리가 반기는 소리 여름에 돌아오겠다던 아버지 다시 돌아오시는 반가운 소리 언제 부지런히 단단한 껍질을 벗기고 나무를 올랐을까 언제 여름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기로 다짐했을까 맴 맴 아이가 따라부르는 자연의 노랫소리 달력 없이도 나 숨 쉬는 날을 알게하는 소리 올 여름엔 비가 많이 내린다던데 지난 계절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견디고 있었을까 그 눈물 시원히 쏟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올 여름은 유난히도 뜨겁다던데 냉혈했던 세상 속에 얼마나 많이 움츠러들었나 이제야 네 마음 따뜻히 느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찬 계절을 견디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여름이라는 이름을 핑계삼아 마음껏 노..

write 2024.07.16

행복이란

행복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면 유치원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자신만의 답을 내리려 할 것이다. 그만큼 행복에 대한 질문은 아이가 대답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원초적이고 쉬운 질문이면서도 노인이 되어서도 제각기 다른 답을 할 만큼 주관적이고 확실하지 않은, 답이 없는 질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오늘 햄버거를 먹다가 워렌버핏은 왜 햄버거를 먹을까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그 정도 부자라면 몸에 좋지도 않은 햄버거를 먹을 필요도 없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검색을 했다. 한 블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읽는데 그에게 왜 햄버거를 먹느냐 물었을 때 자신이 햄버거를 먹을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을 세상이 정한 기준으로 이루려고 노력할 때가 있다. 나는 이 정도 이루었으니, 가장..

write 2023.07.31

모든 인생은 시한부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만 죽어가고 있기도 하다.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시간, 무엇을 그렇게 많이 가지려하고 이루려고 하고 경쟁하려 하고 이기려고 할까? 죽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남 잘되는 꼴 못보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내가 우위에 서려하고. 도대체 왜 다같이 사랑하며 다같이 잘 될 생각은 안하는걸까? 죽음을 생각할수록 내게 남은 일들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업적을 이루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고 감사하며 기쁘게 사는 것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아침, 문득 죽음을 생각하니 내가 몇 주간 미친듯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힘들이 탁 하고 풀어졌다. 남들 보기에 왜저러나 싶은 분노와 독기가 빠졌다고 해야하나. 온통 세상 가치관으로 물든 욕망이 부끄러워졌다고 해야하나 그렇다고 남은 시간들을 ..

write 2023.03.29

생각이 곧 현실이다.

가끔씩 엄마와 하는 말이 있다. 우리집은 가난한 집이었는데 우리는 그게 가난한 줄 몰랐다는 이야기. 지금 생각해보면 10년전쯤까지만 해도 가난한 집이었는데, 우리는 그게 가난한 것인줄 몰라서 기죽지도 비굴하게 살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책, 교육, 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최상의 것을 사주셨고, 모르는 남들이 보면 가난한 집인줄 모를 정도로 우리 가족은 가장 품위있는 차림새를 하고 다녔다. 초등학생때는 윤선생, 씽크빅, 빨간펜... 어떤 아이보다 많은 학습지를 했고 학원도 다니고 피아노 학원도 다녔다. 고등학교때는 나는 건축과 패션에 관심이 있어 미대를 준비한다고 부잣집 애들로 가득했던 미술입시학원도 다녔고(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집 수입 기준으로는 정말 큰 돈이었다) 학교는 보통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끼..

write 2023.03.28

다양성 존중의 시대라고?

몇몇 사람들이 외치는 다양성은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감싸여있지만 상자를 열어보면 사실 자기만을 이해해주기 바라는 이기심으로 점철되어 있다. 증거 있냐고? 지금처럼 갈등이 심한 때가 있었나? 모두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는 입만 나불대며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운다. 타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나의 의견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지만 다양한 너의 의견은 그럴 수 없다.'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특히 지금 한국 사전 안엔 put in another's shoes라는 단어는 없다. 왜냐하면 영어니까.(넝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들의 의견과 태도 뒤에 있는 것은 결국 하나다. 당파적 사고. 자신의 사상만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정..

write 2023.03.25

게으름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다

지금은 졸업시험도 마쳤겠다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잠에 들고 나는 말똥말똥 허공을 바라보며 쓸 데 없는 고민만 하다가 문득 며칠 전에 생각한 깨달음을 끄적여본다. 요즘 나는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다가 밥을 먹고 헬스장에 간다. 헬스를 하다보면 사고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닌 행동하고 움직이는 동물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잡념도 없다. 재밌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려고 하는데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너무 힘들어서 생각하는 것도 안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그 어떤 때보다 좋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정말 맞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대부분의 동물이 우울증이 없는 것..

write 2023.03.18

격과 결

굳이 먼저 다가가지 않는 성격과 다르게 올해들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안부를 물었다. 그간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이제야 찾아온 건지 조금 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한 것은 아니다. 친절한 아저씨 한 명, 어릴 적 친구 한 명, 도를 닦는 사람처럼 보이던 오빠 한 명. 인연을 맺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기준이 나도 모르게 형성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바로 격과 결. 나는 사람들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이 두 가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사람에게는 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직업이나 경제적 상황이나 외모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격이라고 말하면 부잣집 사모님이 갤러리를 둘러보는 모습을 상상하는..

write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