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5

젠틀몬스터 GENTLE MONSTER

중학교 1학년, 그저 성이 'ㅎ'이라는 이유만으로 크지도 않은 키에 맨 뒷자리에 앉았던 적이 있다. 어느 순간 칠판에 쓰인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내심 안경끼는 사람을 멋있게 생각한 나는 이때다 싶어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시력교정을 위한 안경과 렌즈는 늘 나와 뗄 수없는 존재가 되었다. 학창시절 약 1년을 주기로 바꾸었던 안경디자인은 교복 외에 특별할 게 없었던 시절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고, 안경을 바꿀때가 다가오면 다음 안경은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 안경에 따라 찌질이가 될 수도, 패션 감각있는 요즘말로 인싸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일이기에 안경 디자인 선택은 어린 나에게 꽤 자존심이 달린 일이었다. 그 시절, ..

Art & Culture 2021.03.08

미하엘 소바 Michael Sowa

오늘은 어떤 글을 적을까하다가 문득 미하엘 소바가 생각이 나서 그의 그림에 대한 글을 쪄본다. 감자 좀 쪄줄래. 처음엔 마이클 소와 마이클 소와 했는데 제대로 된 발음법을 이제야 알았다. 미하엘 소바. 그는 독일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아마 독일식 발음인 것 같다. 처음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 마치 운명처럼 만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무 귀여웠으니까. 튀지 않는 정제된 색감, 왠지 모르게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이기에 언뜻보면 독특할 게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에 담긴 위트를 발견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그림을 계속해서 찾아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았다면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토끼가 많은 편이지만 그 외에도 ..

Art & Culture 2020.11.21

패션에 대하여

나는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요즘 세상에 안그런 사람 찾기 힘들겠지만 뭐 어쨋든)​ 여러 브랜드를 섭렵하며, 돈을 모으고 모아 감히 범접하기 힘든 아이템들을 구매하거나 누군가 보기에 '와우 저사람 엄청 세련되고 패셔너블하다.'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패션인은 아니다. ​ 옷잘입는다 하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그런 사람들은 나와 거리가 멀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의 패션 세계를 구축하고 오히려 정형화된 패셔니스타라는 일종의 틀을 약간은 벗어나는 것이 더 멋지고 쿨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정신승리..?) 옷은 이젠 인간의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필요를 벗어나 얼굴을 제외한 그 사람에 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상징이 되었는데 그 사람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형편은 어떨 것 같은지, ..

Art & Culture 2020.11.12

기독교의 예술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다졌던 나다. 과연 좋은 음악과 미술이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 외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사회의 부조리나 약자들을 대변하는 영화와 이야기들도 많고,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내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미적인 것들은 그저 소비의 대상이고, 소유함으로서 얻어지는 찰나의 기쁨일 뿐이었다. 디자인이 예술에 속하는지 아닌지 그 경계를 깔끔하게 단정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쨋든간에 꿈이 무어냐고 물으면 왠지 모르게 예술계통의 직업은 말하기 꺼려지고 부끄러웠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예술적이라는 ..

Art & Culture 2020.11.12

미니멀리즘: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코로나로 인한 비자발적 방콕으로 잠깐 시들해졌던 영화감상 취미에 불이 붙었다. 이번 주말에는 시월애와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미니멀리즘: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다큐영화 총 세편을 감상했는데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나의 왓챠 영화별점 평균 4.5점을 이뤄냈다. 그 중 미니멀리즘이라는 다큐영화는 그냥 넷플릭스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영화였는데, 미니멀리즘에 관심도 없는 내가 그냥 오랜만에 다큐영화나 보자 하고 바로 플레이버튼을 눌러 보게 된 것이었다. 어찌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일 법한데 잊고 있던 소비와 소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하는 좋은 영화였다. 소유함으로서 행복해 질 것이라는 것은 우리의 환상에 불과하며, 그 소유욕 마저도 마케팅과 상품에 부여된 상징적 이..

Art & Culture 202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