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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들

Calvingo 2020. 11. 12. 19:56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별 거 아닌 이야기에도
속 뜻을 생각하게 되고
직접적이진 않지만 눈치가 있다면 느낄 수 있는
묘한 긴장감과 소외감이 있을 때가 있다.
워낙 예민한 성격탓에 작은 갈등에도 맘 졸이고
두려워 떨지만. 직장인이니까 어른이니까 라는 말로 나를 다독이며 다시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살아야만 하는 나였다.

회사다니기 싫다는 말은 누구나 으레 하는 말이라지만
돈 버는 일이 원래 쉽지 않고, 세상살이 원래 더럽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버틸만한 일이 누군가에겐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들기도 한 것이다.
성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건 사람의 수만큼 동등하게 다양한 거니까.

하지만 이렇게 싫은 일들을 겪으면서 상처받으면서
고맙게도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서 그렇다고 타인의 잘못으로 분명히 귀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상황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타인의 잘못 100%라고 생각했던 일이 나의 잘못 또한 역할을 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나의 예민함, 그리고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나 스스로에 대해서 꽤 많이 알고 많이 성찰했다고 생각했는데 난 이 곳에서 나의 못난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내게 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었는지 알게되었다.
나는 어떤 것을 참을 수 있고 참을 수 없는지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겐 별 의미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들이 분노하고 뒷담화하는 포인트에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겉으론 아무 변화가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 안에서 아마 0.0001%만큼의 깨달음과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게되었다. 앎이 진정으로 날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나온 과거들을 볼 때 약간은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아프고 쓰린 감정을 통해.
가슴이 미어지고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 훔치던 그 경험들을 통해. 어떤 상황에도 나를 지지하고 위로하던 주변사람들을 통해. 나는 몰라도 될 일들을 알게되었다.
고난이 쓸모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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