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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때문에 잠을 깬 새벽

Calvingo 2020. 11. 19. 21:04

모기가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새벽 6시쯤 되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보니 2시 조금 지났다.
안그래도 요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한데
출근 후 피곤해질 생각을 하니 맘이 조급해져 얼른 자야겠다는 맘으로 두 눈 꼭 감고 있었더랬다.
잠은 안오고 시간이 갈 수록 정신은 또렷해지는 반면
머리는 깨질 것 같이 아프고, 미간에 주름이 깊이 새겨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만큼 나도 모르게 계속 인상을 쓰게되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약간은 해탈한 심정으로
그냥 조명을 키고 모기는 잡을 생각도 없이 멍하니 벽에 걸린 시계만 바라보았다.
나는 초침이 그렇게 빨리 가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시간이 이리도 잔인한 줄 그 때 알았다.
이 땅의 생명체들은 쉼이 있어야 하고 에너지엔 한계가 있는데 시간은 쉼도 없이 단 일초 아니 일억분의 일초도 쉬지않고 계속 흘러간다.
나는 인간의 삶이 이토록 불쌍하고 수동적일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시간은 어린 날의 나를 이젠 어른으로 만들었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분명 늙어갈 것이고 지금 이 고단한 육체마저 감지덕지 할 만큼 노쇠해질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사랑하는 가족을 언젠간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나는 죽어야 할 것이다. 나의 의지완 전혀 상관없이 시간은 우릴 내쫓듯 밀어내듯 끝으로 끝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불안장애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있는 누군가는 당장의 생계때문에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시간은 그에게 평안을, 회복을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 오지않았으면 하는 그의 바람은 아침 알람소리로 시간 앞에서 무참하게 짓밟혀버릴 것이다.
지하철을 점검하려 노선에 있던 누군가는 저멀리 다가오는 지하철에 치였다. 이유는 그에겐 피할 시간이 없어서.
달리는 지하철의 시간이 멈추지 않아서.

오늘 새벽 두시부터 다섯시 넘도록 뜬 눈으로 새벽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괴로울만큼 노래 한구절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제 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의 무한반복.

날 깨운 모기를 반드시 처치하고 말 것이다.

https://youtu.be/KlWUDCP2p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