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교포인척 하는 법

Calvingo 2023. 3. 14. 16:51

요즘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써서 교포처럼 보이는 법에 대해서 써보겠다. 약간 글에 뼈가 있긴 하지만 재미삼아 읽어달라.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한 환상이 있거나 외국에서 살다온 교포에 대해서 조금 너그럽게 봐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교포가 부러웠다. 어릴 적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놀던 옆집 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 날벼락처럼 친구를 잃었다. 동생이 한국을 다시 들렀을 때는 구릿빛 피부에 지금으로 치면 블랙핑크의 제니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나는 그것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그러므로 늦었지만 교포인척 하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방법에 대해서 써보겠다. 물론 나는 외국에서 살다온 적 없는 토종한국인이다. 하지만 이민갈 수도 있지.

1. 'ㄹ' 발음을 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이 알려주신 팁이다. 교포나 외국인들은 ㄹ발음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라면'이라고 하지말고 'rㅏ면'이라고 해라.
'제가 이거를 하려고 하는데' 라고 하지말고 '제가 이거르 하rㅕ고 하는데'라고 해라.

2. 너무 꾸미지 않는다.
외국인은 대체로 자유롭기 때문에 한국인만큼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입고 싶은 것, 편한 옷을 입어라. 그러나 교포스타일을 위해서는 남자라면 머리가 반드시 깔끔해야 한다. 앞머리는 절대로 내려서는 안된다. 대체로 짧거나 아니면 아주 긴 머리를 하라. 짧다면 스포츠컷이나 약간의 모히칸 스타일을 해라. 에릭남 같은 스타일도 좋다. 몸의 라인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셔츠나 티셔츠를 입어라. 데님이나 코튼 팬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좋다. 코트 같은 것은 피하라 자켓이나 점퍼 위주로 입는 것이 낫다.
여자라면 무조건 쫙핀 긴생머리다. 또는 중단발 정도까지도 괜찮다. 여자 역시 몸매 라인이 드러나는 옷이 좋다. 쫙 달라붙으면서도 소매길이가 짧은 반팔 또는 민소매를 추천한다. 간절기에는 민소매에 가디건이나 셔츠. 그리고 하의는 유행이 지났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는 스키니진이나 슬림한 라인의 진을 입어라. 약간의 bitch함을 추가하면 좀 놀다왔네 하고 강약약강인  한국인들에게 쉽게 배려를 받을 수 있다.
남녀 모두 공통적으로 염색은 비추천하며 무지 티셔츠에 화려한 스카프도 추천한다. 참고로 여자의 경우 선글라스는 꼭 얼굴에 쓰지말고 머리 위로 올려야 한다.

3. 극과 극을 달려라.
아예 유능하면서도 좀 부담스럽게 버터한 느낌을 주든지 아니면 약간 뭣모르는 어리숙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다. 교포는 아니지만 전자의 예시로는 최시원, 안현모 같은 스타일이 있다. 후자로는 헨리, 지금은 미디어에서 보이지 않지만 차오루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러나 둘 다 무조건 개방적인 마인드와 사고의 자유로움을 요구하므로 긍정적인 마인드와 개방성을 길러라. 안되면 쿨한 척 연기라도 하라.

4. 에티켓을 중요시 해라.
한국인들은 웬만하면 남의 발을 밟거나 어깨를 세게 툭 치고 가고는 사과를 안한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교포인 척을 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해라. 바로 차별화가 된다.
칭찬을 잘 해주는 것도 좋다.
oh thank you, oh my god you are so beautiful today, you're so lovely 등 미사여구를 붙여 상대의 자존감을 기계적으로 높여줘라.
뒷담화를 하거나 상대를 무례하게 판단하는 말(너는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여드름 왜 났어?)을 하는 것은 무조건 안된다. 그럼 누룽지 백숙처럼 구수한 토종 한국인 된다.

5. 제스쳐는 무조건 과장되게
우리는 언어를 사용할 때 정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영어 회화선생님이 외국에 살다가 한국에 왔는데 너무 답답하고 싫었다고 한다. 모두 경직되어 있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고. 선생님은 매일 나보고 꼭 이민가라고 한다. 근데 궁금한 것 한가지는 선생님은 왜 한국에 있지?
무튼 우리는 이와 반대로 해야 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제스쳐를 취하도록 하자.
생각보다 비언어적인 것들은 언어적인 것보다 더 많은 인상을 형성한다.

6. 지인과는 이태원에 가지 않는다.
지인이 나를 교포로 알고 있었는데 외국인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을 때 어버버하면 다 탄로난다. 영어 못하는 교포가 어딨나. 무조건 지인과 길을 걷다가 외국인이 주변에 있다 싶으면 갑자기 아픈척을 하든지 아니면 이태원, 평택 같은 곳은 얼씬도 하지마라.

7. 그냥 외국에 한 5년 정도는 살다와라.
그 정도 살다보면 교포되기 싫어도 교포 된다.

생각 안난다. 아이디어 고갈.
또 생각나면 이 곳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겠다.
나는 앞으로 교포인 척 살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의견 부탁한다.
좀 써먹게.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