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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과의 10년째 동거

Calvingo 2020. 11. 14. 01:10

사실 10년까진 아니고 내년이면 9년째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거짓말이라고 까진 말아주세요. 이 글 2022년에 보면 진실이 된답니다........)

내 안구건조증의 화근은 컨택트 렌즈 사용이었는데
일회용도 아닌 몇개월 사용단위의 렌즈를 별 생각 없이 다루었던 잘못된 관리법과 대학생활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고있었던 것, 선천적으로 알러지 겸 약했던 눈.. 렌즈 사용법과 눈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무심했던 탓에 만성적 안구건조증을 갖게 된 것이다.

출처 Giphy _ daniela sherer


증상이 심해져도 렌즈를 포기할 수 없던 바보같은 나는 결국 왼쪽 오른쪽 눈에 보이는 색상이 다름을 느끼고 나서야 심각함을 인지하고 안과에 찾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의사는 별별 방법을 다 쓰는데도 몇 주째 나의 염증, 건조증이 호전되지않으니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앞으로는 절대! 평생! 렌즈도 끼지말고 라식이나 라섹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청천벽력 같은 그의 경고에 나는 충격을 받고 정말 정말 쓰기 싫던 안경을 고분고분 끼고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병원도 가보고 아예 렌즈도 안경도 안끼고 다녀봤지만 그럴수록 더 좌절되던걸...(특히 시력이 안좋아 멀리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으니 타인에게는 인사도 안하고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뻔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안구건조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우울증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어차피 안경쓰니까 화장도 안했고, 예쁜 옷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기전부터 드는 생각은 오늘 아침엔 눈이 촉촉하게 떠질까하는 기대감이었고 뻑뻑하게 떠지는 나의 눈은 보기좋게 '아니'라는 대답을 건네줄 뿐이었다.
안구건조증에 좋다는 찜질도 매일 해보고, 영양제도 먹어보고 블루베리와 당근도 그렇게 많이 씹어보고, 안구건조증 카페에도 가입해 많은 걸 따라해보았지만 당장 나아지는 건 사실 별로 없었다.

이 글을 계속 읽다보면 안구건조증 초기환자는 그럼 나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인가 하는 불안이 밀려올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이젠 일주일에 두세번은 렌즈낄만큼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견뎠고
또 이렇게 호전되었는가!

첫째. 그냥 잊고 내 할 일 하며 사는 것이다.

웃기고 자빠졌네 지금 농담할때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잊고싶어도 매초마다 찾아오는 이 불편함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겠냐 하겠지만, 이 문제에 계속 매몰되어 있느라 고통을 극대화시켰던 것 같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아야 한다. 라는 강박관념이 안구건조증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만들었고, 심리적으로도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아질거고 내 노력도 노력이지만 약간은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어야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져도 조급해지거나 불안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이 불편함에 익숙해져서 같이 살아간다는 체념도 조금은 필요하다.

예시) 상황 : 아침에 일어났을때
before 오늘은 좀 촉촉할라나(기대) ->눈떴는데 뻑뻑하네(좌절)
after 어제도 뻑뻑한데 당연히 뻑뻑하지(체념)->눈떴는데 역시나네(좌절도 없음)
(긍정적 효과: 체념했는데 어제보다 나은 거 같으면 기쁨 두배)




둘째. 인공눈물 같은 인위적인 방법은 너무 의존하지 말 것.

내 다이어리 겸 쓰던 블로그의 예전 글을 보면 이런 글이 쓰여져 있다. '난 이렇게까지 건조하진 않았었는데 안과 치료를 하면서 건조증이 더 심해진 것 같다.'라는...
그래서 그걸 깨달았을때 나는 인공눈물이나 안약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고, 정말 건조하면 차라리 물에 적신 수건을 전자렌지에 돌려 따뜻하게 한다음 약 10분 정도 찜질을 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건조증에 대해서 한창 알아봤을 때도 나같은 의견을 가진 회원들이 꽤 있었는데 인공눈물에 익숙해지다보니 우리 눈이 눈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의학적으론 맞는지 모르겠지만 경험상 인공눈물의 과한 사용은 오히려 눈의 기능을 망치는 건 맞는 것 같다.



셋째. 눈에 정성들이며 신경써주기

이봐 친구. 말의 앞뒤가 안.맞.잖.아.

이건 첫째 이야기랑 반대되어 보이는 얘기일 수 있는데, 어쨋든 눈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할 필요도 없고 비싼 용품이나 도구를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도 자주 마셔주고, 불필요한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은 자제하고(특히 스마트폰이 더 안좋은 것 같다),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 사용하고, 자연과 멀리 있는 사물 보며 눈에게 휴식도 주고, 영양제도 챙겨먹어보고, 눈에게 칭찬도 해주고, 쓰다듬어주고 뽀뽀도 해주고 등등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내가 할 수 있겠다 하는 범위까지!
그리고 안구건조증이 심하고 스트레스 받는데도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시길 바란다. 호전되면 렌즈는 다시 낄 수 있을터이니 너무 서두르지말고 나중을 위해 오늘은 안경을 써보자! (오히려 나는 요즘 안경쓰는게 좀 더 지적이어보여서 일부러 쓰는 날도 있다.)

내가 잘 알고 도움이 될만한 글을 적고싶은데 어떤 주제가 좋을까 하다 급 안구건조증이 생각나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막상 써보고 나니 별 도움은 안되는 것 같다.
애초에 방법보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이렇게 호전된 이유에도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됐다.
가장 큰 건 내가 어느새 체념하고 그냥 렌즈 다시 낄 생각도 없이 그냥 안구건조증은 내 동반자려니 하고 체념했던 것? 그러다보니 이렇게 의사가 극히 말리던 렌즈도 끼는 날이 왔다.
아마 당신도 힘들겠지만 이렇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도 한 3년간은 좌절감과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해결해주리라는 희망을 가지시길.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