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다



지금은 졸업시험도 마쳤겠다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잠에 들고 나는 말똥말똥 허공을 바라보며 쓸 데 없는 고민만 하다가 문득 며칠 전에 생각한 깨달음을 끄적여본다.
요즘 나는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다가 밥을 먹고 헬스장에 간다. 헬스를 하다보면 사고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닌 행동하고 움직이는 동물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잡념도 없다. 재밌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려고 하는데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너무 힘들어서 생각하는 것도 안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그 어떤 때보다 좋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정말 맞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대부분의 동물이 우울증이 없는 것은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당장 행동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할 때 게을러진다. 동물이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살하겠다는 선포와 같다. 끊임없이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먹이를 찾아야 하고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행동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도 결국 동물이기 때문에 열심을 다하며 하루를 사는 것이 가장 자연적인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많은 변명과 핑계로 게으름과 나태함을 정당화한다.
게으름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다.
먹이를 찾고, 오늘 움직이지 않으면 마치 굶어 죽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헬스를 하고 나면 샤워를 하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적시다 보면 그 따뜻함이 너무 좋아서 샤워를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물을 끄기가 싫어진다. 물을 끄면 너무 추워질게 뻔하니까.
그렇다고 하루종일을 나에게 좋은 기분을 줄 만한 따뜻한 물 속에서 지낼수는 없다. 물을 끄면 추워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물을 꺼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기분을 주던 따뜻한 물이 어느새 나를 가장 춥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얼른 물을 닦아내야 한다. 닦을수록 추위가 덜 느껴진다.
삶도 그렇다. 게으름이라는 기분좋은 따뜻함이 좋지만 그 안에서 평생을 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물을 꺼야 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물을 끄고 나면 그 물이 내 삶을 차갑게 만드는 원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닦아내야 한다.
게으름을 벗어내고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