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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가 어때서

Calvingo 2020. 11. 14. 22:41

 

나의 첫 스마트폰 아이폰3

 

고등학교 시절 아이폰3라는 혁신을 처음 접한 후로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나날이 늘어가는 생활의 편의, 즐거움에 완전히 빠져들어버리고 말았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설치된 프로그램들을 보는 것보다 스마트폰 앱을 보는 것은 SF영화를 구현한 듯한 놀라움이었고, 따닥따닥 자판소리로 조용한 상황에선 몰래 문자보내기 어려웠던 폴더폰으로부터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컴퓨터를 주로 쓰던 시절엔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던 것이 스마트폰을 쓴 이후론 얼마나 많아졌는지 길거리를 걷다가도 버스창에 기대어 멍때리다가도 검색해보고싶은 것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쇼핑할 거리도 많고 매분매초 의식하지도 않은채 밀려오는 광고들. 필요하지도 않던 할인 상품에 대한 조급함.
도무지 스마트폰 이전의 생활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은 단기간에 정말 많이도 변해버린 것 같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것은 왠지 덜 죄책감이 들고,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폐인이나 중독자의 이미지와는 멀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 새벽까지 눈 시뻘개지도록 작은 화면을 보고 있어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는 어려워진건 아닐까?

 

 


스마트폰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수능이 끝나고 내 주변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을 통해 서로를 더욱 밀접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알 수 있는 거라곤 주인장의 노래취향, 미적취향, 감성의 수준, 투데이수 정도(요즘 말로 하면 인싸력 정도 될까)였던 싸이월드의 수준을 넘어 친구의 오늘 점심식사, 읽는 책, 타는 차, 집, 가족, 애완동물, 이성친구의 선물, 데이트 장소, 별로 알고싶지도 않고 이전엔 알 수도 없던 주말의 일상까지 남의 집 cctv보듯이 모든게 가능해진거고(물론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까지만) 또 자신을 어필할 수 있게 된거다.

난 명품, 맛집, 멋집, 카페, 미슐랭, 여행, 플렉스, 욜로, 몸매 만들기 위한 운동 등 현재는 당연한 인간으로서의 삶이자 자기계발로 여겨지는 이 모든게 스마트폰으로 인해 넘쳐나게 된거라고 생각한다.

 

징(진)정으로 행복하십니까

 

음식이 나오면 나의 만족보단 최대한 남에게 예쁘게 보일 앵글을 찾아 사진을 찍는 일이 먼저 되어버렸고(근데 이 현상은 요즘 줄어든 것 같다. 이젠 먹는 음식 비슷비슷한 걸 깨달았는지 미슐랭급 고급음식이 아니면 잘 찍지도 않는 것 같다), 식당과 카페마저 맛은 고려하지 않은듯 보여주기식 메뉴와 인테리어에 더 열심을 쏟아내는 것 같다.
여행을 가도 내 눈으로 직접 그 순간을 담으며 동반자와의 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뒤로한채 며칠지나면 보지도 않을 사진만 주구장창 찍다가 돌아오는 날도 있다. 이젠 확실히 내가 스마트폰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나를 소유한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혁신이라면 세련되고, 또 그 문화를 따라가고 싶어질텐데 이상하게 나는 그게 점점 꺼려지는 것이다.
필요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상품이 필요를 생산해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전에는 불편함 없이 살았던 세상이 이젠 스마트폰 없으면 개선할 게 많은 실패작들로 느껴지는 것이다.
시대지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고 있으면 주변에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젠 좀 바꿔라'라는 말을 듣기 쉽고, 핸드폰에 줄을 꽂아 이어폰을 듣고 있으면 요즘 블루투스 이어폰 얼마 안한다며 나를 옛날사람 또는 궁상맞은 사람으로 변모시켜 버리는 일도 몇번이나 있었다.

 

 


나는 묻고싶다. 물론 당신한테는 편리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왜 내가 그걸 구매해야하나?
따지고 보면 블루투스 이어폰은 귀에서 떨어지면 땅으로 바로 낙하되어 고장날 수 있고, 음질과 딜레이현상(이부분은 이제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핸드폰에 꽂고 다니는 유선 이어폰에 비해 높은 분실소지, 충전 필요성, 그만큼 나가는 전기, 아예 없지는 않은 뇌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갖고 있다. 결국 혁신이라 하지만 그 또한 기존의 제품이 가지지 않은 단점을 갖게되기도 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놈의 사회는 필수품이 왜이렇게 나날이 늘어가는지 이해가 안된다. 결국 인간은 인간일 뿐이고 먹고 입고 싸고 자고 살면 땡인데 무슨 스마트폰이니, 줄없이 멀리서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니 그게 어떻게 필수품이 될 수가 있냐고. 물론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걸 필수적이라고 몰아가는 소비사회도 또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동등한 사람에게 알아서 광고해주고 강요해주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순순한 사용자도 이해가 안간다.

좀 아날로그로 살면 어때서. 세련되지 않으면 어때서.
에어프라이기 없으면 어때서. 카카오페이 안하면 어때서. 카카오톡 안하면 어때서. 인스타 가입안하면 어때서. 디지털뿐만이 아니리 30대 되어가도 명품백 하나 없으면 어때서. 브랜드 시계없으면 어때서. 그 재밌다는 필라테스 안하고 조깅하면 어때서 유럽여행 안가고 국내여행가고 동네한바퀴 돌면 어때서.
사회가 개인에게, 개인이 개인에게 은근하게 주고 받는 이런 무언의 메시지는 변화와 혁신을 바라지도 않던 누군가에겐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수많은 변화 중 따르지 않고 싶은 것도 있을터이고, 그 변화 자체가 결국 누군가의 배를 부르게 하기 위한 시장놀이일뿐라는 걸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커뮤니티를 구경해보면 유럽과 일본의 아날로그적인 문화를 아집과 미개함, 무지로 조롱하듯 말하는 댓글을 심심치않게 본다. 그들이 조롱받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만약 그것이 진보적이지 않고 불편하다 할지라도 제 삼자인 우리가 그들을 혐오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나보다 잘난 누군가가 나를 비슷한 이유로 조롱한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겠는가?

 

hmmmm.....곰곰히 생각해보고 싶어

 

현대의 개발은 무조건 최선일까? 사회의 변화에 너무 순종적이지 않을 필요가 있다. 타인의 말에 좌우되지 않는 나만의 사고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을 아무렇지 않은, 우리가 적응해야만 하는 당연한 사회적 변화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려 한다면, 당신의 생계와 가정을 위협한다면 아직 그렇지 않더라도 진로와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것에 의문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애초에 그걸 만들어 달라고 한적이 없으니까!
'사실 생각해보니 나는 이런 변화가 생기기 전엔 이걸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어.'라는 생각이 들거나 이 사회의 기류가 나를 은근히 압박하고 강박관념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뉴트로는 단순히 반복되는 유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와 인간다움이 묻어있었던 그때에 대한 그리움이자 본능적 이끌림이라 생각한다. 그 때에 대한 향수를 가지듯이 현재또한 미래의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워할만한 대상이 될 수있도록 우리의 인간다움을 잃지말고 쭉 간직해 갔으면 좋겠다.

 

요즘과 비교해 불행해보이는가 오히려 행복해보이는가